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목적은 뭘까.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일거다. 하지만 나는 거꾸로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우리 나라에 대해 깊은 수치심과 서글픔만 가지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하여 반만년 동안 931회의 외침을 당하면서도 단 한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는 자랑스러운 블라블라....

국민학교에서 역사를 처음 배울때 교과서에서 봤던 기막힌 내용이다. 이거
몇장만 더 펼치면 구라라는 거 뽀록난다. 고구려,백제,신라는 같은 민족이면서도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었다. 왜 우리 민족은 남의 나라의 평화만 사랑하는걸까?  평화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힘이 없어서 침략만 당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나는 슬펐다. 우리 민족이 오죽 못났으면 어린 아이한테도 안먹히는 저런 거짓말을 다 할까 속으로 울었다.

ㄱㄴㄷㄹ을 몰랐을때도 우리 나라가 대단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내 귀에다 대고 말해준 어른은 없었지만 TV보면서 눈치챘다.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을 선진국이라고 부르며 빨리 쟤네들 쫓아가야 된다고 허구헌날 타령 하길래 우리 나라가 저만큼은 못사는구나 했다.

그렇다고 서럽거나 억울하지는 않았다. 내 집이 꼭 갑부여야 만족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부자는 아니더라도 부족한 것 없이 먹고살만한 집에만 태어나도 불만갖지 않고 산다. 미국처럼 돈이 남아 돌아서 떵떵거리지는 못해도, 먹는건 좀 남아 돌아서 음식을 쓰레기로 버릴 정도는 되는 나라에 태어난 게 어딘가. 아프리카에서는 먹을 게 없어서 아이들이 해골처럼 되는데 말이다.

나는 이렇게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던 아이였는데 학교 들어가서 역사를 배우면서 달라졌다. 우리 나라에 태어난 것과 사는 것에 위축되고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세상을 알아 갈수록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은 허다했다. 하지만 그 나라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나라가 다른 선진국들처럼 못사는 것은 한심하고 부끄러운 것이었다. 

불행했던 역사를 그대로 서술하는 것보다는 윤색하고 미화하는 것이 더 나을수도 있다. 하지만 뻥(?)도 정도껏 쳐야한다.  뻥이 크면 현실은 더 초라하고 쓸쓸하다. 

 "평화는 사랑하는 민족 드립"처럼 어린 아이도 속지 않을 개뻥을 치면 나같은 부작용도 나타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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