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교란 학적부에서 해당자의 기록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으로 퇴학보다도 높은 징계다. 퇴학은 학적 기록이 남아 그때까지 교육받은 내용이 인정되고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재입학이 가능하지만 출교는 아예 학적이 없어져 재학했다는 증명서조차 발급받을 수 없다. 따라서 재입학은 다른 대학 편입마저 불가능해진다. 학생 자격을 영구박탈하는 '사형선고'와 같다.

출교가 대학 학칙에 등장한 것은 1991년 성균관대에서 102명의 대규모 부정입학자가 적발된 사건에서 연유한다. 이들의 학적 정리를 위해 이듬해 교육부에서는 입시 조항에 출교 조항을 넣을 것을 지시했다. 당시는 입학 자격이 없는 학생의 기록을 무효화할수 있는 조항이 없었던 모양이다.

최근 동기 여대생을 성추행한 고대 의대생 3명에게 출교 처분이 내려졌다. 1인 시위와 인터넷을 통한 여론몰이로 학교측을 압박한 수많은 사람들은 '뒤늦었지만 상식적인 조치'라며 환호했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수 있게 된 것을 가장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학적을 삭제하는 출교는 입학 자격이 없는 부정합격생들에게만 적용되야 하는 처분이다. 고대 의대생들이 성추행을 저질렀지만 그것은 입학 이후의 일이다. 입학 이후에 저지른 잘못때문에 정당한 입학과 학업 기록을 삭제시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정수근이 잦은 음주 사고와 동료 폭행등으로 야구계에서 추방되었지만 그것때문에 그가 남긴 기록까지 무효로 만들수는 없는거다. 

성추행 의대생들이 출교 취소 소송을 한다는데 100% 승소할거다. 그때가서 또 법원이 가해자편 든다고 욕하지마라. 출교 자체가 법치를 벗어난 비상식적인 조치다. 2006년 교수를 감금한 고대생 7명의 출교 조치도 법원에 의해 전원 취소됐다. 피해여학생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녀야 되는 건 맞는데 그러기 위해서 원칙을 벗어난 처벌을 행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성추행범에 대한 증오에 눈이 멀어서 비상식을 상식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월드컵 한일전때도 이렇게 한 마음으로 뭉치진 않았을거다. 대중은 감성적으로 휘둘릴수 있어도 언론과 지식인들은 이성적으로 바로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평소 원칙과 이성을 외치던 진보 언론과 진보 지식인들이  이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만 지키고 있다. 여성과 소수자 문제에서 이런 일이 한두번은 아니지만 답답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나만이라도 이런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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