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좌완 투수 봉중근의 고교 시절 타격 재능에 대한 이야기는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전설처럼 전해내려옵니다.

야구 게시판에서 봉중근 얘기가 나오면 팬들이 늘 탄식합니다. 메이저 리그에서 봉중근을 타자로 키웠다면 지금쯤 이치로나 마쓰이를 능가하는 대타자가 되었을거랍니다. 신일고 시절 봉중근은 투수로서의 재능도 뛰어났지만 타자로서의 재능은 수십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천재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난 시즌 미국에서 복귀해 올시즌 9승 5패 2.96의 뛰어난 성적으로 LG 마운드의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지만 타자 봉중근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팬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봉중근을 애틀란타로 스카우트했던 빌 클라크라는 스카우터도 봉중근이 타자로 성장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탄을 미국 지역 신문에 기고했습니다. 빌 클라크는 우리 야구팬들보다 몇술 더 떠서 봉중근은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을 깨트릴 타자였다고 하더군요.

" 나는 영원히 내가 베이브 루스를 잡았다고 믿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스탠 뮤지얼을 잡았다고 믿을 것이다. 어깨 부상 때문에 타자로 전향해 슈퍼스타가 된 스탠 뮤지얼 말이다. 나는 영원히 메이저리그 홈런 기록을 깨뜨릴 주인공과 계약했다고 믿을 것이다. 빅리그 스카우트 경력 36년 동안 나는 그런 재능을 가진 선수를 본 적이 없었다. "

스카우터가 저러는 거 보면 고교 시절 봉중근의 타격 재능이 엄청나긴 했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들지 않을수 없습니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는 왜 봉중근을 타자로 안키우고 투수로 키웠던걸까요?

그것에 대한 비하인드는 민훈기 기자가 예전에 한번 밝힌 적이 있습니다.

1998년 2월 봉중근은 플로리다의 마이너리그 캠프에 참가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브레이브스는 봉중근을 타자로 키울지 투수로 키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첫 날 봉중근에게 파란색 훈련복이 지급됐습니다. 파란색은 야수들, 빨간색은 투수들의 훈련복. 구단은 일단 그를 타자로 테스트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첫 날부터 타격 훈련을 하는데 영 쉽지가 않은거에요. 그전까지는 알루미늄 배트를 썼는데 갑자기 나무 배트를 사용하니 공도 제대로 안 맞고 파울볼이 많이 나고 그랬죠.” 봉중근은 바로 다음날부터 빨간 훈련복으로 갈아입었고, 그 후로는 계속 투수 수업을 받았습니다

애틀란타에서도 봉중근을 타자로도 테스트를 해봤지만 신통치 않아서 투수로 키우는데 전념했답니다. 하지만 아직도 타자 봉중근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는 국내 야구팬들이나 빌 클라크는 애틀란타의 판단이 틀렸다고 할것 같군요

하지만 봉중근의 타격 기록을 보면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NL에서 뛰면서 타석에도 들어섰지만 성적이 영 저조합니다.

메이저 리그 11타수 무안타
마이너 리그 48타수 11안타

메이저+마이너 통산 타율 0.189
홈런은 0개

메이저 리그 투수들의 평균 타율이 1할 8푼대라고 합니다. 0.189인 봉중근의 타율은 보통 투수들과 비교해도 특출나 보이지 않습니다. 투수로서 뛰다보니 타자로서 훈련은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자로 수업 받았으면 메이저 리그 판도를 뒤흔들 대타자가 될수 있는 타격 재능이었다면 방망이 잡으면서 마이클 햄튼이나 돈트렐 윌리스같은 투수들이 치는만큼은 쳤어야죠. 봉중근은 박찬호보다도 잘 치지 못했습니다. 박찬호의 통산 타율도 0.177에 홈런 2개입니다. 봉중근이 베이브 루스면 박찬호는 배리 본즈고, 봉중근이 이치로나 마쓰이면 박찬호는 제이슨 지암비겠네요.

재능만 가지고 성공을 점칠수는 없습니다. 봉중근은 투수로서도 '제 2의 톰 글래빈'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투수입니다. 하지만 투수로서의 재능도 반에 반에 반에 반도 못피웠잖아요. 통산 7승 4패에 방어율 5.17의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한국으로 돌아왔죠.

투수로 실패했으니까 타자로 키워졌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생긴거죠.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투수로 성공했으면 타자 운운하지도 않았습니다.

봉중근도 내년이면 서른입니다. 타자로서 기대를 갖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봉중근이 방망이 들기보다는 내년에 20승 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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