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주 「서시」中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  

국민학교 5학년 어느날. 학교가는 길에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종이를 펼쳤다가 난생 처음 좁쌀만한 소름이 팔뚝을 휘감는 것을 봤다.   







▶ 김광균 「설야」中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중학교 2학년때 였을거다. 문제집 풀다가 슬 뻔했다 -_- 며칠동안 한복을 곱게 벗는 고전 미인이 머리속에서 아른아른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中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부분만 발췌해서 돌아다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짧지만 급소를 정확히 가격당한 것처럼 큰 충격과 울림을 받았다.  








▶ 신경림「가난한 사랑 노래」中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시인은 대시인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이건 시가 아니라 흘러간 트로트 가사 같아서 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마지막 '뒤집기'를 보면서 역시 대시인이라는 찬사와 감동이 저절로 터졌다.








▶ 여사당 「자탄가」中

이내 손은 문고리 인가/ 이놈도 잡고 저놈도 잡네/ 이내 입은 술잔인가/ 이놈도 빨고 저놈도 빠네/ 이내 배는 나룻배인가/ 이놈도 타고 저놈도 타네

처음에는 우스운데 조금 지나가면 슬퍼진다. 장자연 사건때 많이 떠올랐다.









▶ 서정주 「귀촉도」中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바보 노무현이 한 줌의 재가 되어 떠난 날. tv에서는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시민들이 오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나는 멍하니 쳐다 봤다.  나무토막처럼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런데 불현듯 귀촉도의 저 마지막 구절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거다. 그 순간.....









▶ 서정주 「문둥이」中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문둥이는 짧은 삼행시다. '해와 하늘빛이/문둥이는 서러워/보리밭에 달뜨면/애기하나 먹고/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나병 환자가 병을 위해 아기를 먹는다는 끔찍한 내용. 하지만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는 마지막 구절에서 벼락같은 슬픔을 내리쳐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