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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만들어지는 <남한산성>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작년 10월 김훈의 작업실을 찾은 mbc 케이블 '정지영의 문화 이야기'의 진행자 정지영. 아나운서 출신답게 조신한 모습을 평소 많이 비췄는데 이 날은 사뭇 다르다. 정지영의 허벅지살을 저렇게 깊숙한 곳까지 구경하기는 처음인 듯 싶다.

김훈은 48년생이다. 75년생인 정지영한테는 아버지뻘이다. 그 연배의 어른들은 초미니스커트라면 눈쌀 찌푸린다. 때문에 어른들 앞에서는 초미니는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정지영은 과감히 입었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노작가 앞에서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처럼 다리까지 꼬았다.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김훈이 정지영을 보면서 불쾌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훈하면 완고하고 보수적인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의외로 여성의 노출에는 상당히 관대하다. 아니, 아예 찬미한다.

2002년 씨네 21에 이런 칼럼까지 썼다.  

 

노출

몸을 드러낸 여자들은 도시의 여름을 긴장시킨다. 탱크톱에 핫팬츠로, 강렬하게 몸매를 드러낸 여자가 저 쪽에서 걸어올 때, 더위에 늘어진 거리는 문득 성적 활기를 회복한다. 노출이 대담한 여름 여자를 볼 때마다 나는 내가 그 여자의 옷을 보고 있는지 몸을 보고 있는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그 혼란은 온갖 정의로운 담론들이 아우성치는 이 황폐한 도시에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나의, 그나마 즐거움이다.

진보적 자유나 보수적 진실을 절규하는 신문 칼럼을 읽을 때가 아니라, 노출이 대담한 젊은 여자가 그의 젊은 애인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활보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이 나라의 미래에 안도감을 느낀다. 여름 여자들의 그 손바닥만한 탱크톱과 핫핀티, 그리고 그 밖으로 드러난 팔다리 사이에서 나는 흔히 아득함을 느낀다.

(중략)


나는 우리나라 여자들이 다들 예쁘고 다들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젊은 여자들의 성적 매력은 나라의 힘이고 겨레의 기쁨이다. 올 여름 여자들의 노출이 너무 심하다고 텔레비전은 개탄하고 있지만, 너무 그러지들 말아라. 곧 가을이 오면 여자들은 다시 옷을 입을 것이다. 좋은 것을 좀 내버려주라는 말이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3002&article_id=12057

 
'좋은 것을 좀 내버려주라는 말이다' 라는 말이 웃음을 머금게 한다. 시덥지 않은 핑계로 둘러대지 않고 남자 입장에서 여성의 노출에 솔직한 찬사를 표현했다. 가식적인 한국 지식인 세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글이라 매우 유쾌하다. 

정지영도 김훈의 이런 성향을 알고 초미니를 챙겨 입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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