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는 이상한 속설이 떠돌아 다닌다. 노출 한 여배우들은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이 그것이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에도 불구, 노출 장면 때문에 출연하겠다는 여배우들이 없어 충무로의 감독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 기사를 얼마전 봤다. 거기서도 모여배우의 매니지먼트가 이렇게 항변했다.

"우리나라에서 과감한 노출 뒤에 성공한 여배우는 전도연 정도다. 벗으면 용감한 선택이고 아니면 몸을 사린다는 것은 이기적인 주장일 뿐이다."  

이상하다. 김혜수는 노출 뒤에 성공한 배우 아닌가? <얼굴없는 미녀>에서는 큰 소득이 없었지만 <타짜>에서는 흥행과 비평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배우로서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문소리는 어떤가? 임상수의 <바람난 가족>에서 남편 보는 앞에서 자위하는 연기까지 보여줬지만 배우로서 가치가 하락했던가.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등 유난히 명작이 많이 나왔던 2003년에 4개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만 확고히 했다. 

노출 뒤에 성공한 여배우가 전도연 밖에 없다는 건 대단히 시야가 좁은거다. 노출이 득이 된 배우들은 생각보다 많다.  

선택지가 많지 않은 무명 배우가 노출 연기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등장해 이후 탄탄대로를 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드보이>의 강혜정과 윤진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김서형등이 그렇다.

사생활 문제로 연기 인생이 끝장 날 뻔 한 배우가 노출로 기회를 잡고 구사일생 하기도 한다. 신은경은 96년 무면허+음주운전+뺑소니로 연예계 퇴갤 직전까지 갔다가 임권택 감독이 내린 동아줄 잡고 기사회생했다. 그 영화가 <창>

성현아의 경우는 더 드라마틱하다. 신은경은 음주사고 전까지 X세대 대표 스타였지만 성현아는 2002년 엑시터시 복용 사건 전까지 별다른 이미지가 없는 평범한 연기자였다. 물의 이후에는 누드집을 찍으며 연예계에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 안간심을 썼다. 그러다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캐스팅되고 연기력을 평가받으면서 이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이렇듯 노출도 얼마든지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영화 문외한인 나의 눈에도 보이는 게 영화 종사자의 눈에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이유가 있을 게다. 여배우의 노출은 배우 이전에 여자로서의 삶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다. 그런 위험부담을 마음에 담고 있으니까 시야가 좁아지는거다. 김지현처럼 골로 간 경우만 눈에 보이고 성공한 케이스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노출보다는 연기력의 문제다. 좋은 연기력을 보여주면 노출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배우에겐 훈장이 된다. 작품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했다는 식으로. 그리고 검증된 연기력으로 계속 좋은 작품에 캐스팅 될 수 있다.  

하지만 연기력이 시망이라면 노출만 남게 된다. 노출해서 망한 여배우들 보면 100이면 100 연기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노출 외에는 얘기 할 게 없는거다. 
다음 기회가 찾아 오지 않는 건 당연한거고.

그러니까 연기력 좀 된다 싶은 여배우들은 괜찮은 시나리오를 노출때문에 포기하는 것 잘 생각해봐야 한다. 연기력 인정받고 좋은 시나리오가 줄줄 들어올수 있는 기회를 노출때문에 포기한다면 배우로서 후회할수 있으니까.